중국의 역사

조희와 노애 – 황제의 어머니와 궁정 반란자

오늘의 기록자 2025. 5. 10. 14:20

조희와 노애 – 황제의 어머니와 궁정 반란자

조희(趙姬) – 진시황의 생모, 풍운의 중심에 선 여인

기원전 260년경, 조나라 한단(邯鄲). 한 무희가 조용히 무대를 내려왔다. 그녀의 이름은 조희(趙姬), 평범한 조나라 여성으로, 무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운명이 그녀를 평범하게 놔두지는 않았다.

 

당시 진나라 공자 자초(子楚, 자는 이인 異人)는 조나라에 인질로 와 있었다. 진나라는 조나라와 대립하고 있었기에, 자초의 처지는 위태로웠다. 그때 그를 주목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대상인(大商人) 여불위(呂不韋)였다. 여불위는 자초를 정치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값진 인물’로 보고, 자신이 후원해 진나라 왕위에 올리려 했다.

여불위는 자신의 첩이던 조희를 자초에게 바쳤고, 조희는 그로부터 아이를 임신했다. 이 아이가 훗날 진시황(秦始皇), 정(政)이다. 하지만 이 아기가 정말 자초의 아들인지, 아니면 여불위의 아들인지에 대해선 《사기》에도 의혹이 제기된다.

“조희가 이미 임신 중이었으나, 여불위는 그녀를 자초에게 바쳤다. 이에 사람들이 말하기를, 정은 여불위의 아들이라 하였다.”
— 《사기》 〈여불위열전〉

 

이 설은 진시황이 여불위를 먼 지방으로 좌천시키고, 나중에 그를 정치에서 내친 배경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한다.

기원전 250년경, 자초가 진나라로 돌아와 장양왕(莊襄王)이 되었고, 정은 황태자가 되었다. 그러나 장양왕은 즉위 3년 만에 급사하고, 정이 13세에 즉위하자 조희는 태후(太后)가 된다. 어린 황제의 통치는 어머니 조희와 여불위의 섭정 하에 이뤄졌다.

노애(嫪毐) – 가짜 환관, 조희의 연인 그리고 반역자

진시황이 즉위하고 수년이 흐르자, 여불위는 조희와의 관계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그녀의 사적인 욕망을 해결해 줄 인물을 궁에 들이기로 한다. 바로 노애였다.

노애는 본래 하급 귀족 출신으로, 성행위 능력이 탁월하다는 소문이 있었고, 여불위는 그를 거세한 환관인 것처럼 위장하여 궁중에 들였다. 그러나 그는 진짜 환관이 아니었고, 조희와 은밀한 관계를 맺어 두 아들을 낳았다.

“태후는 노애와 은밀히 혼인한 것처럼 지내며 두 아들을 낳았고, 노애는 마치 왕부(王夫)와 같았다.”
— 《사기》 〈진시황본기〉

 

노애는 점차 태후의 총애를 업고 세력을 키웠다. 그는 병력을 갖추고 ‘장신(長信)’이라는 별도의 궁전을 출입하며 사실상 하나의 독립된 정치 세력이 되었다. 그가 군사를 운용하게 된 것은 진나라 법상 중대한 위반이었다.

반란과 몰락

기원전 238년, 진시황이 성년식을 치르고 정권을 직접 장악하자, 노애는 자신의 권력이 위태로워질 것을 우려해 반란을 일으킨다.

그는 궁궐로 병력을 끌고 들어가 황제를 제거하려 했으나, 사전에 발각되어 진압되었다. 진시황은 노애를 참수하고, 그와 조희 사이에서 낳은 두 아이까지 처형했다. 조희는 이후 정치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궁 밖에 유폐되었다.

“노애는 거열형(車裂)에 처해졌고, 두 아들은 모두 목이 베어졌으며, 태후는 폐출되어 궁 밖으로 쫓겨났다.”
— 《사기》 〈진시황본기〉

 

이 사건은 단순한 궁정 스캔들이 아니었다. 이는 어린 황제가 진정한 권력을 장악하는 계기였으며, 이후 진시황이 그 누구도 믿지 않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결론 – 어머니를 버린 황제, 무너진 모정의 정치

조희는 진시황의 어머니였지만, 사적인 욕망과 정치적 경솔함으로 황제의 권력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노애는 외형상 환관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황제의 의붓아버지 같은 위치에서 반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진시황은 그 누구도 믿지 않았다. 그는 어머니를 궁 밖으로 내쳤고, 여불위와의 관계도 끊었다. 조희와 노애의 사건은 그를 고독한 절대 군주로 만든 그림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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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EN-WarringStatesAll260BCE.jpg

           작가 : 필그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