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를 산 여불위
모든 영웅의 탄생 뒤에는, 그를 만든 자가 있었다. 진시황, 영정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부터 그를 꿈꾼 사내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여불위(呂不韋).
사람들은 그를 ‘상인’이라 불렀고, 그는 그 호칭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장사는 이문을 따지는 것이다. 하물며 천하를 사고파는 것도 거래일 뿐이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정말로 천하를 샀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계산으로.
상인의 눈으로 왕을 보다
기원전 3세기, 전국시대의 끝자락.
여불위는 위나라에서 태어나 장사를 업으로 삼았다. 사람의 흐름, 권력의 방향, 돈이 모이는 길을 누구보다 빨리 감지하는 눈을 가진 사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조나라 한단에서 영자초라는 인질을 보았다.
그는 진나라 왕족의 피를 이었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미천한 존재였다. 하지만 여불위는 달랐다. 그의 눈에 영자초는 "천하의 기이한 물건", 다시 말해 가장 값비싼 투자처였다.
“이 사내를 도와 왕으로 세운다면, 그 아들은 곧 황제가 될 것이다.” 그 말이 농담처럼 들렸지만, 여불위는 진심이었다.
거래의 기술 – 왕의 어머니를 만들다
여불위는 자신의 재산을 아낌없이 퍼부었다. 조나라 귀족들을 매수하고, 조정의 틈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애첩인 조희(趙姬)를 영자초에게 바쳤다.
이 선택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도박이었다. 얼마 뒤, 조희는 아이를 가졌다. 그 아이가 누구의 피를 이어받았는가에 대한 논란은 사라지지 않았다.
영자초인가, 여불위인가?
진시황, 영정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는 의심의 중심에 섰다. 그러나 여불위는 말하지 않았다. 누구의 자식이든 상관없었다.
그 아이가 황제가 되기만 한다면, 그것이 그의 ‘수익’이었다.
섭정의 권좌 – 권력의 정점
기원전 250년. 여불위는 마침내 영자초를 진나라로 돌려보내고, 왕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승상, 오늘날의 국무총리 자리에 앉았다.
나라의 법은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고, 조정의 대신들은 그의 눈치를 보았다.
어린 영정이 즉위하자, 여불위는 다시 섭정이 되었다. 진나라의 실질적 통치자는 황제가 아니라 그 자신이었다. 그는 학자 수백을 모아 지식을 집대성한 『여씨춘추』를 편찬했다. 이제 그는 무력도, 혈통도 아닌 지식과 계산의 힘으로 천하를 굴리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상인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천하를 경영하고 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거래를 계산하는 장사꾼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 거래가 이제는 제국이었다.
몰락 – 계산에서 누락된 감정
그러나 권력은 언제나 끝이 있다. 진시황, 영정이 장성하면서 그림자였던 여불위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결정적인 사건은 조희와 노애의 스캔들이었다. 조희는 여전히 권력을 탐했고, 여불위가 알선한 ‘환관 노애’는 거세된 척 위장한 남자였다.
그들은 몰래 관계를 맺고 아이를 낳았으며, 반란까지 꾀했다.
이 모든 것이 드러나자, 여불위는 그 배후로 지목되었다. 그는 진시황에게서 서서히 멀어졌고, 결국 스스로 독을 마셨다.
천하를 사고자 했던 장사꾼은 자신의 목숨값만은 계산하지 못했다.
평가 – 천하를 남긴 자
그는 황제가 되지 않았다. 왕족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서 한 아이는 황제가 되었고, 그가 세운 무대 위에서 진나라는 중국을 통일했다.
그의 이름은 때로 음모와 욕망의 상징으로 불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없었다면 진시황도 없었을지 모른다.
여불위, 그는 천하를 계산한 자였고, 그 계산이 중국 역사 전체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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