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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갈등 100년의 비극적 순환 - 가자지구 전쟁, 역사는 왜 반복되는가?

오늘의 기록자 2025. 5. 25. 04:16

중동 갈등 100년의 비극적 순환 - 가자지구 전쟁, 역사는 왜 반복되는가?

안녕하세요. 오늘은 현재 진행 중인 가자지구 전쟁을 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보려고 합니다. 단순히 오늘의 뉴스가 아닌, 100년 넘게 이어진 중동 갈등의 뿌리와 그 의미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2025년 5월, 다시 타오르는 가자지구

요르단 강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정착촌

20개월째 계속되는 이스라엘-가자지구 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스라엘이 '기드온의 병거'라는 대규모 군사작전을 통해 가자지구 전체를 점령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53,000명 이상의 사망자와 200만 명의 실향민이 발생한 이 전쟁은 이제 단순한 군사 충돌을 넘어 인도적 재앙의 영역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 상황을 단순히 '현재의 비극'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는 가장 중요한 질문을 놓치게 된다. 왜 이 땅에서는 갈등이 끝나지 않는가?

바벨탑의 저주: 성서 시대부터 시작된 갈등의 씨앗

가나안 땅, 즉 현재의 팔레스타인 지역은 성서 시대부터 '약속의 땅'이자 '저주받은 땅'이었다. 구약성서에 따르면 아브라함의 후손들이 이 땅을 약속받았지만, 동시에 가나안족을 비롯한 여러 민족들이 터를 잡고 살던 곳이기도 했다. 역사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 지역이 갖는 지정학적 특수성이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유럽을 잇는 교차로 역할을 했던 이곳은 고대부터 수많은 제국들의 각축장이었다. 이집트, 앗시리아,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로마 제국이 차례로 이 땅을 지배했고, 각각은 서로 다른 통치 방식과 문화를 이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로마 제국이 서기 135년 바르 코크바 반란을 진압한 후 유대인들을 이 땅에서 쫓아내면서 '팔레스타인'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때부터 '디아스포라(유대인 대이산)'가 시작되었고, 2000년 후 시오니즘 운동의 역사적 근거가 되었다.

1917년 밸푸어 선언: 한 땅에 두 민족의 약속

현재 갈등의 직접적 뿌리는 1917년 영국의 밸푸어 선언에서 찾을 수 있다. 제1차 대전 중 영국은 유대인들에게 팔레스타인에 '민족적 고향'을 건설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동시에 아랍인들에게도 오스만 제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약속했던 것이다.

 

영국의 이중 약속은 단순한 외교적 실수가 아니었다. 당시 영국은 독일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유대인 자본가들의 지원과 아랍인들의 반오스만 봉기를 모두 필요로 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 이 모순적 약속들은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의 씨앗이 되었다. 1920년대부터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한 유대인들과 기존 아랍 주민들 사이의 충돌이 시작되었다. 1929년 예루살렘 통곡의 벽 사건, 1936-1939년 아랍 대반란 등은 오늘날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1948년 '나크바'의 그림자: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트라우마

1948년 이스라엘 독립선언과 함께 벌어진 제1차 중동전쟁은 75만 명의 팔레스타인 난민을 발생시켰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를 '나크바(대재앙)'라고 부른다. 당시 가자지구는 이집트의 관리 하에 2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현재 가자지구 인구 230만 명 중 절반 이상이 1948년 난민의 후손들이다. 이들에게 '집으로의 귀환'은 단순한 정치적 구호가 아닌, 75년간 이어진 역사적 한(恨)의 표현이다.

 

1967년 6일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2005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했지만, 해상과 공중 봉쇄는 계속되었다. 이는 마치 거대한 '야외 감옥'을 만든 셈이었다.

역사적 데자뷰: 반복되는 비극의 패턴

놀라운 것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갈등 패턴이 역사적으로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2008-2009년 '주조 납 작전', 2012년 '방어 기둥 작전', 2014년 '보호 방벽 작전', 그리고 현재의 전쟁까지, 모두 비슷한 전개 과정을 보인다.

 

첫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로켓 공격이나 테러로 시작된다. 둘째, 이스라엘이 대규모 보복 공격을 가한다. 셋째,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진다. 넷째, 휴전협정이 체결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없다. 다섯째, 몇 년 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는 왜 끊어지지 않을까? 역사학자 아리 샤빗은 "양측 모두 자신들만의 역사적 서사에 갇혀 있다"라고 분석한다. 이스라엘에게는 홀로코스트의 트라우마와 생존의 위기감이, 팔레스타인에게는 나크바의 기억과 고향 상실의 아픔이 깊이 새겨져 있다.

현재 전쟁의 역사적 의미: 새로운 전환점인가?

2025년 현재 벌어지는 전쟁은 과거와 다른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체를 영구 점령하겠다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이다. 이는 2005년 철수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둘째, 국제사회의 반응이 과거보다 훨씬 강경해졌다. 영국이 무역협상을 중단하고, EU가 무역협정 재검토를 논의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셋째, 미국 내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2국가 해법'의 사실상 종료 선언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통제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남쪽으로 강제 이주시키겠다는 계획은 1993년 오슬로 협정 이후 30년간 추진되어 온 평화 프로세스의 완전한 폐기를 의미한다.

역사의 교훈: 갈등 해결의 실마리

그렇다면 이 갈등에는 해결책이 없는 것일까? 역사는 몇 가지 교훈을 얻는다.

첫째, 일방적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로마 제국의 유대인 추방, 십자군의 예루살렘 정복, 오스만 제국의 통치 등 모든 일방적 해결 시도는 결국 실패했다. 둘째,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평화의 전제조건이다. 1990년대 오슬로 협정 당시 경제협력이 활발했을 때가 가장 평화로운 시기였다. 셋째, 제3자의 공정한 중재가 필수적이다.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성공한 것은 미국이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여운: 역사는 반복되는가, 발전하는가?

칼 마르크스는 "역사는 반복된다. 첫 번째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라고 했다. 하지만 중동의 갈등은 비극만을 반복하고 있다. 100년 넘는 갈등의 역사 속에서 우리가 찾아야 할 것은 반복의 이유가 아닌, 반복을 끊을 수 있는 지혜다.

2025년의 가자지구 전쟁이 새로운 비극의 시작인지, 아니면 마침내 근본적 해결을 위한 전환점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역사의 무게를 이해하지 못한 채로는 어떤 해결책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이 복잡한 역사의 실타래를 차근차근 풀어가며, 양쪽 모두에게 공정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역사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교훈일 것이다.